Q1. 먼저, 정혜윤님의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다양한 곳에 소속되어, 또 독립적으로 일했던 각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정체성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어떤 목표를 두고 나아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독립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고 있는 정혜윤입니다. 개인 프로젝트로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다능인 커뮤니티 겸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sideproject.co.kr)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일들을 해왔고, 최근에는 기획에 따라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팀을 이뤄 일하는 브랜딩 스튜디오 사이드 콜렉티브를 론칭했어요. 알로하융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책은 꾸준히 쓰는 창작자로서의 작업도 계속 하고 있어요. 저는 재미와 멋이란 기준을 두고 움직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재밌고 멋진 일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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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쉼'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그런데 ‘쉰다'는 표현에는 복합적인 반응이 따라 붙는 것 같습니다. 잠깐의 쉼에 대해 ‘나도 쉬고싶다'며 부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고, 쉼의 기간이 길어질 수록 ‘나중에 무슨 계획이 있냐'며 은근한 걱정을 비추는 사람도 있어요.

Q2. ‘쉼'에 대해서 혜윤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 나뉘게 되는 것일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쉼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 일을 모두 벗어나 휴양을 휴식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사람에 따라 쉼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반응도 나뉘는 것 같아요. 저는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잘 지치지는 않는 편인데요, 예전에는 열정을 쏟아 붓느라 번아웃이 오는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저만의 균형잡기를 잘 하게 된 것 같아요.

제 삶에 자리잡은 여러 리추얼이 제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저에게 쉼이란 뭔가를 하고 있더라도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식물에 물을 주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시간들도 저는 뭔가를 계속 하고 있지만 저에게는 쉼이에요.

💎: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나의 속도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한 건 아닌가 싶어요. 나에게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온전히 쉴 수 있는 것도, 그리고 쉼을 정리하고 나아가는 출발선에 다시 서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결단력과 생각이 요구됩니다.

Q3. 생각보다 삶에 쉼을 허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혜윤님은 ‘쉬어야 겠다’는 결정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효율성과 생산성을 너무 따지다보면 쉼이 없어지는 함정에 빠지는 것 같아요. 비생산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저의 생산성이 오른 이유의 중심에는 비생산적인 활동들이 있어요. 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보살피기 위해 하는 아침의 짧은 명상이나 글을 쓰는 시간. 그저 즐거워서 하는 피아노 치기. 요리하기 등. 결과를 바라지 않고 하는 일들이 제 마음에 근육을 붙여주고, 체력이 좋아져서 여러 일을 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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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에 대한 생각도 유연하고 자유롭게 풀어줘도 좋을 것 같아요. 꼭 몇날 몇시간을 내리 쉬어야 쉼인 것도 아니고,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을 1분이라도 심어둘 수 있다면. 잠시 호흡하는 시간에 집중해 작은 쉼표를 찍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도 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혜윤님이 가졌던 갭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나누고 싶어요.

나무위키에서는 갭이어 (Gap Year)를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위해 일을 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을 의미하는 단어. 1월에 입시가 끝난후 8~10월 입학 전까지의 7~9개월 정도의 기간인 경우도 있고, 아예 대학 입학을 1년 유예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꼭 학생의 시기에만 갭이어를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도 갭이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른의 갭이어, 누군가는 도망이라고 말 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도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혜윤님께서도 직장 생활 사이 갭이어를 가지면서 홀로서기 실험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Q4. 스펙을 더 쌓기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라 경험치를 늘리기 위한 시간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어떠한 확신이 있으셨기에 갭이어를 ‘선택'하실 수 있으셨나요?

<퇴사는 여행>이라는 저의 첫 책이 이 질문에 대한 아주 기나긴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1년 동안 홀로서기 실험을 한 뒤에 다시 회사를 들어갔으니까 누군가 보기에는 제가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내면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거든요. 마음 속의 나무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시기라고 할까요.